썸머워즈 감상 - 오묘한 가족주의




[NE]썸머워즈

 우마이도에 이어서 뒤늦게 몰아쓰는 포스팅 두번째...
우마이도에 갔던 날...그 전에 본게 썸머워즈였습니다. 원래 필요가 없는 한 아침 일찍 일어나는걸 진짜 싫어하지만 조조할인이라는 말에 건대에 있는 롯데 시네마에서 첫 상영 시간에 맞춰 보게 되었습니다.




줄거리나 기타 자세한 사항 등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맡았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차기작이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하고 갔습니다만...결과만 놓고 보자면 어느정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이라던가 아날로그의 가치 등등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리고 있는것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려 하고, 자칫 구태의연한 주제라 식상한 느낌을 주기 쉬윈 것을 감독 특유의 연출력으로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첨단 과학기술(디지털)에 의존하여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결국은 아날로그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하는것 같달까요. 실제로 주인공(이라고 소개되는) 겐지는 과학(수학)이라던가 IT기술에 능통한 학생이라는 점에서 현대를 대표하는 코드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겐지가 사건이 진행되면서 차차 나츠키 일가에 융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러한 점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단지 이러한 폭넓은 주제를 영화 내에 전부 넣으려 하다보니 지나치게 압축이 되어서인지...'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는 알겠지만 말야...좀 더 확실하게 표현할 수는 없는거야?' 라고 묻고 싶어지는게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주제의 강조가 지나쳐서 일부는 가족주의로 흐름이 흘러가는것 같은 느낌도 그렇고요.

 주인공인 겐지와 더불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대칭축을 이루는 것이 나츠키 일가인데, 이쪽에 비중을 두기도 하고 워낙 대규모 인원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겐지의 비중은 많이 축소되는 면이 있네요.

 거기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그 가족들의 갈등 구조를 전부 표현해내지 못한게, 어떻게 보면 가족의 이름 앞에서 개인의 몇몇 소소한 일상은 덮어두는게 당연하지 않나 라고 주장하는것 같아 좀 찜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떡밥만 풀어놓고 결국 안나온게 있다는 점에서 낚인 기분이 조금 들었던것도 맞지만요 OTL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러한 아날로그의 가치가 지극히 일본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건 일본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라기 보다는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칭찬받을 수도 있는 점입니다만...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인 저로서는 아무래도 공감대를 이루기 힘든 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나츠키 일가로 표현되는 가족이라는 의미는 옛 일본의 '가문'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겐지가 비록 나츠키를 좋아했다고는 해도 뜬금없이 약혼자 행세를 해야했다는 것이나 집안의 가장인 할머니가 겐지에게 나츠키를 '부탁'한다는 모습은, 그것이 현실적일지는 몰라도 현대에서 본받기는 힘든 면모까지 그대로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영화 내에서도 나츠키네 가족은 제가 생각했던 평범한 대가족이 아니라 영토를 지키고 전쟁을 수행했던 일본의 무사가문이라는 요소를 보이고 있기에 한국에서는 더더욱 공감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내에서 표시되는 가문의 상징 그림 같은건 우리나라에서는 공감하기 힘든 요소지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말마따나 이런 것은 일본작품이기 때문에...라는게 대답이 될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그러한 요소에 얽매이지 않고 글로벌한 표현을 했으면서 오히려 차기작에서 일본이라는 테두리에 잡힌 느낌까지 들고 있어 아쉬운거긴 합니다만...여튼 이건 개인적인 감상이고...이것 자체로 호오를 가리긴 어렵겠지요.

 여담입니다만 나츠키와 (겐지를 포함한) 기타 가족들이 최종보스(...)와 싸우기 위해 꺼내든 수단이 하나후다(영화에서는 고스톱으로 번역) 였다는 점에서 의도하지 않게 극장에서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었던거 같습니다. 확실히 한국에서 화투의 이미지란....웃음이 터질만 하죠 ㄱ-

 하지만 일본에서의 화투는 - 엄밀히 말해 영화에서 사용된 것은 하나후다라고 부르는게 맞겠지만 - 우리나라의 윷놀이와 비슷한 위치로 생각됩니다. 도박이라거나 심심풀이 게임의 이미지 보다는 명절에나 하는, 민속놀이와 구닥다리 게임의 중간적(...) 이미지가 강하죠. 영화 내에서 사용된 룰인 '코이코이' 또한 고도로 복잡화(...)된 한국의 룰에 비하면 그림맞추기에 가깝고요. 우리나라의 화투와 비교하려면 하나후다 보다는 마작이 더 어울릴겁니다.

 요즘은 일본도 온라인 도박이 있으니 인식이 바뀌었을지는 모릅니다만...아무튼 하나후다는 일부에서 '할머니와 놀아주기 위해 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도 그러한 수단으로 사용되지요. 전후세대에게는 낯선, 옛날을 상징하는 물건이라서 대결 도구로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보면 납득할 수 있죠.

 아무튼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전 연령대를 위한 따뜻한 가족 영화로 잘 만들어냈습니다만...저 자신은 완전히 납득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 썸머워즈 였습니다.


뱀발 : 그런데 암호화라던가 가상세계의 표현같은건 저같은 공돌이로서는 이걸 그냥 웃어야 할지 난감한 것이 좀 나오더군요; 결국은 아니메적 표현이라고 납득하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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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바누스 | 2009/09/03 23:12 | Animation /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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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ancelot at 2009/09/04 12:05
대충 비슷하게 보긴 했는데 결정적으로 난 절대 잘 만든거 같다는 느낌이 안드는데..(...) 그냥 시달소나 봐야지(...)
Commented by 실바누스 at 2009/09/04 23:14
나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로 봤다가 실망했지만...그래도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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